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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5)

 

사랑하는 대전교구의 하느님 백성 여러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였던 코로나19 전염병의 위력과 유래 없이 길었던 장마와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의 어려움 속에 우리는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을 입어 영과 육이 함께 하늘에 오르신 성모님의 영광 안에서 희망을 바라봅니다. 성모님의 승천은 가브리엘 천사가 전한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는 하느님 축복의 완전한 실현입니다. 신앙으로 예수님을 잉태하시고 늘 가까이 머물며 몸과 마음으로 일치하셨던 성모님의 승천은 예수님과 일치하는 이들의 최종 운명이 이 땅을 넘어 저 하늘을 향해 있다는 희망을 우리에게 줍니다.

 

 

1. 코로나19 바이러스

 

코로나19의 창궐 앞에서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들이 의문시되고, 강력하게만 보였던 것들이 힘없이 무너지는 지금의 이 시기는 변화의 시대를 넘어 시대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변화는 타락과 퇴보로 우리를 이끌어 갈 수도 있지만, 반대로 우리는 이를 회심을 통한 쇄신의 기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코로나19의 어려움은 건강과 생명의 문제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인간관계 등 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 깊이 침투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관적인 미래를 전망하며 절망하는 목소리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시노드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을 바탕으로 쇄신의 여정을 걸었습니다. 복음은 언제나 기쁜 소식입니다. 세상이 어두울수록 복음은 더욱 강한 기쁨과 희망의 소식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려야 할 때도 즐거움과 위안을 주는 복음화의 기쁨을 되찾고 이를 더욱 키우도록”(복음의 기쁨10) 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루카 복음이 전하는 성모님의 노래”(루카 1,46-55 참조)는 예수님을 잉태하신 성모님의 기쁨이 드러나는 노래이자 기도입니다. 인간적인 기준으로 보면 당시 성모님은 약혼자의 아이가 아닌 다른 아이를 뱄습니다. 이를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와 자신에게 닥칠 여러 어려움에 대한 걱정으로 두려움에 싸여 있어야 마땅한 상황이었습니다. 성모님께서는 이를 걱정하지 않으셨고 오히려 기뻐하셨습니다. 좋으신 하느님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의탁하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의 상황 속에서도 하느님의 선하심을 신뢰하고 희망하면서 복음의 기쁨을 세상에 전하는 일꾼이 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하여 고통을 겪는 모든 이들의 육신과 영혼이 하느님의 은총으로 치유되기를 기도합니다. 또한, 먹을 것이 부족하고, 치료를 받지 못하며, 직장을 잃고 실망에 빠진 이들이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서로 돕고 나누는 자녀가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2. 항구적인 평화를 이루어야 할 한반도

 

성모승천 대축일인 815일은 우리 민족이 일제의 식민지배로부터 해방된 매우 기쁜 날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광복 이후 우리 민족은 온전한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강대국에 의해 남과 북으로 나뉘었습니다. 그리고 식민지배로 인한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동족상잔의 비극적인 6.25 전쟁이 일어났고 올해로 그 70주년을 맞고 있습니다. 분단과 전쟁의 시간으로부터 이토록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남북의 화해와 평화는 요원하게만 보입니다. 그러나 비록 전쟁으로 70년 동안 이렇게 갈라져 있지만, 남과 북은 형제자매로 같은 언어를 사용하며, 같은 문화를 지니고 살아왔습니다. 형제자매들 사이에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민족은 서로 말이 통하므로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과 북이 화해하지 못하는 것은 마음을 열고 상대방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내 주장만 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남과 북이 진정 마음을 열고 같은 언어로 서로 대화하고 화해하며, 그동안 서로 지녔던 모든 일에 대해 용서를 할 때입니다.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평화롭고 통일된 나라를 전해주어야 합니다. 아무리 큰 부와 문화유산을 전해준다 해도 평화가 없다면 어찌 되겠습니까?

 

의료 부분이 낙후된 북한이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습니다. 또 국경이 봉쇄되고 이미 오랜 국제적 제재로 북한은 식량의 부족은 물론이고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 어려움에 부딪쳤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굶주림에 허덕이는 북한 형제들을 돕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같은 민족 사이의 화해를 외치면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북한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우리의 창고에는 수년 치의 쌀이 쌓여 있습니다. 하루빨리 식량을 북한의 형제자매들에게 나누어 주고, 코로나19 종식을 위해서도 의료적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드립시다.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고향과 가족을 그리다 생을 마감하는 이산가족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이산가족 상봉도 이루어지고, 개성 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비롯하여 남북 철도 연결 사업도 시작하기를 소망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종전 선언과 함께 한반도 평화 협정이 이루어지는 것이며 이를 위해 간절히 기도합시다.

 

 

3. 성 김대건 신부님과 가경자 최양업 신부님의 탄생 200주년 희년과 순교 영성

 

우리는 시노드를 통해 오늘날 우리의 삶 안에서 순교영성을 어떻게 실현해 갈 것인지에 대하여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많은 어려움으로 수많은 사람이 방황하고 희망을 잃어가는 이 시기는 순교 영성의 삶이 간절히 필요한 때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201129(대림 제1주일)부터 20211127(대림 제1주일 전날)까지 1년을 성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희년으로 선포해 주셨습니다. 피의 순교자인 김대건 신부님과 땀의 순교자인 최양업 신부님은 순교 영성을 모범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어떠한 역경과 어려움 속에서도 믿음과 삶이 일치하는 삶을 사셨습니다. 우리가 맞게 될 이 희년은 지난 교구 시노드를 통해 성찰하였던 순교 영성을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열매 맺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또한, 우리에게는 이 희년이 우리만이 기쁨을 나누는 닫힌 자리가 아닙니다. 큰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와 온 세상의 형제자매들에게 새롭게 살아야 할 길을 제시하는 열린 장으로 만들어야 할 사명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교회는 세상에 맛을 되찾아주는 소금이 되고, 세상이 어두울 때 빛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마태 5,13-16 참조). 2021년 성 김대건 신부님과 가경자 최양업 신부님의 탄생 200주년의 희년이 우리와 세상 모두에게 기쁨이 되는 시간이 되도록 함께 노력하고 참여합시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5)이라는 엘리사벳의 성령에 찬 인사말처럼 고통과 위험 속에서도 하느님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의탁하신 성모님께서는 결국 승천을 통해 천상의 영광을 누리셨습니다. 성모님처럼 우리도 하느님의 말씀을 신뢰하고 더욱더 하느님께 의탁하며 위기를 극복해 나아갑시다. 이런 굳은 믿음이 우리 안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성모님의 영광스러운 승천을 기념하는 오늘 성모님의 전구를 청하며 성모님의 특별한 보호와 도우심이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2020815일 성모 승천 대축일에

                                                                          천주교 대전교구장 주교

                                                                                      유흥식  라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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