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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_가족의 달_가족의 의미에 대하여 <어느 가족>

by M.콜베 posted May 1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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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성모의 밤을 마칠 즈음 전례담당 수녀님이 마지막에 단체 사진을 찍자고 미리 언질을 주었다.

전례담당 수녀님은 마침기도 해설을 하면서, "..마침성가 후에 가족사진 찍겠습니다~" 했다.

그런데 정작 성가 후에 제단 앞으로 나아가는 수녀님들의 반응이 영 마뜩잖았다.

 

그래서 "그럼 스스로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수녀님들 얼른 나오세요~"라고 다시 멘트를 날리고서는

'가족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이후 주말내내 그 시점을 되돌아 곱씹어보았다.

"가족"이 도대체 뭐길래?

 

가톨릭여성연구원에서 펴내는 '품'에 마침 2018년에 개봉했던 어느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서

여기 갈무리 해보며, 내가 생각하는 '가족'의 개념이 어떤 것인지 나름 숙고해 보면 좋을것 같다.

 

<어느 가족>은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 '가족'을 중심에 두며

연장선을 유지, 연금과 좀도둑질로 생계를 유지하는 할머니와 부부, 아내의 여동생, 부부의 아들

그리고 우연히 함께 살게 된 다섯 살 소녀까지 평범한 듯 보통의 가족의 모습을 통해

'진짜 가족이란 무엇인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아버지와 아들이 슈퍼마켓에서 수신호를 전하며 물건을 훔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들에겐 필요한건 때론 이렇게 구해진다.

집으로 가는 길 우연히 집 밖으로 버려져 떨고 있는 한 소녀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와 함께 살게 된다.

이들은 가난하지만 모든 걸 함께 나누며 따뜻한 온기로 살아갈 뿐이다.

 

그런데 사실 이들은 피로 맺어진 가족이 아니다.

어찌 하다 보니 함께 살았고 이제 다섯 살 소녀도 가족이 되었다.

어느 날 목욕을 하던 소녀의 팔에 다리미로 덴 자국을 발견한 엄마는 소녀가 입고 왔던 옷을 태우며,

"사랑하면 때리지 않아, 사랑하면 이렇게 꼭 안아 주는 거야"라며 소녀를 꼭 껴안아 준다.

그리고 '쥬리'라는 옛 이름을 버리고 '린'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준다.

이제 린은 이 집의 가족이 된 것이고, 동정이란 감정을 넘어 린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것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소녀는 오빠를 따라다니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 가족들은 모두 바닷가에 놀러가 생애 최고의 날을 보내고 온다.

할머니는 가족을 바라보며 고맙고 행복했다며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그날 밤 조용히 생을 마감했다.

그들은 돈이 없어 할머니를 마당에 묻는다.

그리고 여전히 그들의 일상은 지속 된다.

 

오빠는 동생에게만은 도둑질을 가르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도둑질하던 동생을 보호하려다 다리를 다치게 되었고,

그 계기로 줄줄이 경찰의 조사가 시작되어 가족은 '유괴'와 '시체유기' 등의 사건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각자 품고 있던 비밀과 간절한 바람이 드러나게 된다.

 

결국 그들은 사회에선 인정받지 못한 가족이 되었고,

'엄마'는 취조실에서 모든 걸 자신이 했다고 자백하며 수감되었다.

취조 중 '아이들이 당신을 뭐라고 부르느냐'는 질문은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가 엄마의 대답으로 녹아난다.

"글쎄요, 뭐라고 불렀을까요? 낳으면 다 엄마인가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아빠'가 사회 보호기관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던 '아들'을 만나

'엄마'를 면회하고 '아빠 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헤어지는 장면이다. '아빠'는 말한다.

"나는 '아빠' 자격이 없어, 다시 '아저씨'로 돌아갈게."

사실 '아들'은 같이 사는 동안 한 번도 '아빠'라고 부르지는 않았었다.

'아들'을 보내며 '아빠'는 뛰면서 버스를 따라 간다.

한참 만에 뒤를 돌아본 '아들'은 '아빠'라고 부르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어쩌면 핏줄로 엮여 있다고 진짜 가족이 아닌

각각 상처를 지닌 이들의 어느 가족이 더 진짜 가족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가족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이 깊게 여운에 남는 장면이다.

'아빠'는 한 번도 (자신이) '아빠'가 아닌 적이 없었고,

'아들'은 한 번도 (그가) '아빠'가 아니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던 그들은 '가족'이었다.

 

그들이 생계를 꾸리기 위해 가족끼리 좀도둑질을 하며 한층 더 강하게 맺어지는 가족의 모습은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진솔하게 응시한 감독의 진가가 빛을 발하며

'가족을 뛰어 넘는 유대'란 어떤 것일까 깊이 고민하게 된다.

 

가족이란 서로 위로와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존재란 걸 다시금 알게 해 준 장면 장면들은

말하지 않아도 감독이 표현해내는 '최고의 정답'을 본 것 같다.

팡팡 터지는 불꽃놀이 소리를 듣고,

보이지 않는 불꽃놀이를 상상하며 이름을 맞히는 가족들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비좁은 쪽마루 지붕 위에 상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이렇게 소소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또한 가족이지 않을까 코끝이 찡해지는 장면이다.

 

그들은 법적으로 가족에 속하지 않았으나

예수님처럼 서로를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고 감싸 안는 행위를 통하여

가족이란 무엇인지 뒤돌아보는 시간을 선사한다.

그리고 그것이 또한 가족을 뛰어 넘는 유대로

다양한 가족과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과 아름다운 세상이 있음을 전해 준다.

 

우리는 지금 아름다운 '가족'을 이루고 있는 것일까?

 

 

글쓴이: 가톨릭 여성연구원 미디어 영성팀 최영애님의 글을 간추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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