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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인의 마음, 페루인의 눈으로”

<꺾어진 갈대 베지 않고>(손경수 지음, 성서와 함께 펴냄)

  지난 10월 4일, 우리신학연구소 이사회에 참석한 조광 선생님이 귀한 소식을 전해주셨다. 라틴아메리카 선교를 총괄하는 손경수 신부께서 한국에 오신다면서 그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도착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며칠 뒤인 15일 아침 손 신부의 숙소인 메리놀외방전교회 본부로 찾아뵈었다. 이야기를 나누기에 앞서 시차를 적응 중이시라며 커피를 한 잔 마시자고 하셨다. 지구 반대편에서 날라 오셨으니 낮밤이 뒤바뀐 셈이다. 쉽게 강연회를 마련하는 데 동의해주시면서 미리 준비해둔 당신 책 한 권과 두 가지 자료를 건네주셨다.


<꺾어진 갈대 베지 않고>이다. “페루에서 보낸 한 한국인 선교사의 편지글”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책 표지를 보니 읽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본 책이다. 1994년 3월 1일에 첫 판을 찍은 책이다. 다시 찍지 않은 걸 보니 널리 읽히지 않았던 모양이다.

  손경수 신부는 1943년 신의주에서 태어나, 1971년 가톨릭신학대학을 중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1972년 메리놀외방전교회에 입회하였다. 1976년 페루에 선교사로 파견되었고, 1979년 사제 서품을 받고 지금까지 페루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메리놀대학과 로욜라대학에서 선교신학석사와 사목 상담 및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라틴아메리카 한국가톨릭선교사회 회장을 거쳐 현재 라틴아메리카주교회의(CELAM) 선교·영성위원회 총무이다.

  손 신부께서 이 책을 쓰신 뜻은 그 헌정사에 잘 드러나 있다.

“꺾어진 갈대 베지 않고”를 한국 교회가 선교 교회가 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바칩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와 문화가 다른 낯선 땅에서 살아간다는 것, 더구나 복음을 전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또한 신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몸으로 깨친 손 신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오늘날 한국인의 하느님 체험을 쉬운 말로 풀어내는” 우리신학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배운 신학이 한국에서는 큰 의미를 가지고 나를 영적으로 풍성하게 하였지만, 한국에서 배운 신학을 페루 사람들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내가 배운 선교신학이, 그리고 뉴욕에서 배운 모든 학문이 미국에서는 나에게 그렇게도 신비스럽고 의미 깊은 것이었으나, 미국에서 배운 학문들을 페루 사람들에게 그대로 적용하려 할 때 선교사는 많은 좌절감과 패배와 실패를 계속해서 체험합니다. (중간 줄임)

또한 불행하게도 선교사 중에는 지역 교회의 고유하고 특수한 문화나 민간신앙을 완전히 무시하고 ‘자기의 고향신학’ 안에서 평화롭게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선교사의 고향신학이나 로마신학이 전혀 쓸모없는 것은 아니지만 페루 사람들에게는 심각한 장애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선교신학을 발견하는 데 투신하고 있는 외국 선교사도 많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다행스럽습니다.

오늘날 복음 선교가 교회 밖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그 한 많은 감정을 해소할 수 있도록 애써야 합니다. 선교사 자신의 ‘고향신학’을 가지고 규정하고, 판단하고, 배척할 때 실제로 그 신학은 복음 선교에 장애물이 됩니다(113~114쪽).

어디 선교신학만 그럴 것인가. 모든 신학이라는 게 그래야 할 거다.

  손 신부는 아주 신기한 페루의 전통 의술을 소개한다. ‘아이마라 X-레이’이다. 심하게 아픈 사람이 있으면, 아픈 부위에 팔짝팔짝 뛰는 ‘꾸이’(토끼보다는 작은 큰 쥐)를 주머니에 넣어 한두 시간 꾸욱 대고 있는다. 그러면 병의 증세가 꾸이에게 옮겨가 꾸이를 통해 병의 원인을 진단한다. 예를 들어 해부를 해서 꾸이의 심장이 팽창되어 있으면 환자가 심장병을 앓고 있다는 거다. 이 아이마라 X-레이는 아주 정확하다고 한다.

  다른 짐승은 안 되고 꾸이만 되는 걸 보면 꾸이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듯하다. 아마도 다른 이들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삼을 줄 아는 능력이 있는 게 아닐까. 아마도 참 선교사는 꾸이처럼 선교지 사람들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사람일 거다. 손 신부께서 이 책을 내면서 바란 것, 한국 교회가 선교 교회가 되려면, 결국 한국 교회가 시대의 아픔을 그대로 앓는 존재가 되어야 할 거다. 꾸이처럼, 오지에서 그곳 사람들과 함께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선교사들처럼.


가톨릭인터넷언론 지금여기 http://cafe.daum.net/cchereandnow 박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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