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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독설〉
김진호 지음/삼인·1만5000원

마태오, 마르코, 루가 등 이른바 공관복음서로 시작하는 <신약성서>는 ‘과격’하다. 읽기에 따라서는 세상의 책 중에서 가장 ‘급진적’이고 ‘불온’할 수도 있다. 주인공인 예수는 근본적인 세상 뒤집기를 시도한 혁명가로 해석될 수도 있다. 실제 그런 시각들이 존재해 왔다. 물론 전혀 다르게 읽어낼 수도 있다.

  

예수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왜 지금 예수를 읽어야 하나? ‘제3시대 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이 쓴 <예수의 독설>(삼인 펴냄)은 바로 그런 문제에 대한 제2세대 민중신학 일선 연구자가 내놓은 답이다.

  <마르코의 복음서> 5장에 게라사 지방의 한 광인이 등장한다. 그는 무덤에서 살았는데 밤이나 낮이나 늘 묘지와 산을 돌아다니며 소리 지르고 돌로 제 몸을 찧었다. 쇠고랑을 채우고 쇠사슬로 묶어 둬도 소용없었다. 그와 마주친 예수가 “네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대답한다. “제 이름은 군대(레기온)입니다. 저희 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예수의 독설>은 예수의 이 질문에 주목한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군단’은 그의 본이름이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대답한 것도 그의 몸속에 들어앉은 악령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때까지 어느 누구도 그 광인에게 이름을 물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름만이 아니라 나이, 고향, 그리된 사연 등 무엇 하나 물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위험인물로 단정해 놓고 다른 누구도 해친 적이 없는 그를 아무도 가까이 가려 하지 않는 묘지에 몰아넣었다. 배제해버린 것이다. 두려움에 떤 것은 사람들이 아니라 “존재하지만 부재한 자”가 된 그 광인이었다. 예수가 처음으로 사람 대접을 하며 이름을 물은 뒤 그의 몸속에 있던 악령들이 근처의 돼지들 몸속으로 들어가더니 물로 달려가 빠져 죽는다. 멀쩡해진 그 ‘광인’은 예수를 따르겠다고 했다.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여기서 지은이는 우리 사회의 노숙자와 신용불량자들을 떠올린다. 이들은 사회가 그들의 기억을 삭제해버린, 존재하지만 존재를 부정당한 이들이다. 이처럼 성서적 사건, 곧 예수를 2000년 전 과거사가 아니라 오늘 한국 현실이라는 현재적 사건들이 주는 문제의식을 토대로 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해 재구성하고 재해석함으로써 시공간의 간극을 메워가는 것, 이것이 민중신학적 예수 읽기의 요체 가운데 하나다.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악령이 대답한 ‘군단’은 일반적인 군대가 아니다. “오직 로마군대를 지칭할 때만 쓰는 용어”다. 유대인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으니까 그 돼지 떼는 인근에 주둔하는 로마군이나 그들 편에 붙은 게라사 사람들 사육장의 돼지들이었다. 이를 통해 지은이는 “악령 들린 이의 고통의 배후에는 제국의 착취가 전제돼 있다”고 읽는다. 이어서 그의 생각은 외환위기 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 쏟아져 나온 숱한 ‘존재하지만 존재를 부정당한’ 사람들, 비정규직 등 한-미 에프티에이(FTA)가 더욱 악화시킬 약자들의 고통으로 달려간다. ‘제국의 착취’를 그는 멧새의 둥지에 알을 낳아 멧새 새끼들을 죽이고 멧새 가족을 몰락시키는 대신 자기 새끼를 키우는 뻐꾸기에 비유한다. 그것은 “강자가 약자의 땀과 피를 빨아먹으며 자신을 살찌우는 것이 마치 역사의 자연법칙인 듯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세상이다. 그 결과 오늘날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빈곤화의 배후에는 대부분 미국에 그 기반을 둔 초국적 기업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런 전지구적 권력 네트워크가 ‘21세기판 제국’이며 ‘팍스 아메리카나’라는 게 지은이의 현실인식이다. 고통의 유사성을 통해 2000년 전 사건과의 기억의 유사성을 찾아낸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예수의 기적 치유가 단지 병자를 낫게 해서 기성질서로 복귀시키는 차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루가 복음서> 5장에 중풍병자를 고친 얘기가 나오는데, 예수는 그의 병을 고친 뒤 “네가 구원받았다”고 선언한다. 지은이는 이를 두고 예수가 단지 병자를 신체적 징벌에서만 풀어준 것이 아니라 “모든 존재의 구속으로부터의 해방”, “세상질서로부터의 해방”을 선언한 것이라며, 그것을 “기성질서에 대한 도전”, “전체주의적인 유일신 신앙의 해체”, “자폐적 구원체계를 넘어서는 탈신학적 신앙”으로 해석한다.

기성 질서와 교리의 대변자는 소자산가들인 바리사이파와 율법학자들이다. 그들 엘리트 지배계급에 대해 예수는 ‘독설’을 퍼붓는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아, 너희 같은 위선자들은 화를 입을 것이다. 너희는 예언자들의 무덤을 단장하고 성자들의 기념비를 장식해 놓고는 ‘우리가 조상들 시대에 살았더라면 조상들이 예언자들을 죽이는 데 가담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고 떠들어댄다. …이 뱀 같은 자들아, 독사의 족속들아! 너희가 지옥의 형벌을 어떻게 피하랴?”(마태오 23장)

그들의 지배 아래 있던 가난한 자, 병자, 악령 들린 자, 갇힌 자, 죄인들, 이방인, 거지, 세리, 창녀 등 율법 곧 권력적 지식이 되어버린 규범에 의해 추방당한 자들, 유민으로 내몰린 자들의 해방운동이 바로 예수운동이다. 사람들은 그런 저주받은 상태에서 어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치는 게 보통이지만 예수는 정반대의 길을 택한다. 스스로 유민, 박탈당한 자가 돼 정주자의 세계관을 교란하고 기성체제를 해체하려 한다. 이것이 안병무가 개척하고 지은이가 이어가는 민중신학적 예수상이다.

  책은 이처럼 다양한 단편적 에피소드들을 엮어가는데, 그것들을 하나로 꿰는 것은 ‘권력’이고 권력에 대한 도전이다. 경찰력 등 외적 규제만이 권력이 아니다. 인습 등 억압적인 내면적 작동기제도 당연히 포함된다.

  지은이는 교회가 만든 ‘교회의 예수’와 그것이 낳은 기독교 제국주의를 비판하며 등장한 ‘역사의 예수’ 연구를 대비시키면서 “수많은 사회적·정치적 현안에 개입할 적절한 세계관도, 개개인의 소외·고독과 대면할 성숙한 철학도 결핍된” 교회와 교회신앙이 오히려 예수와 대중의 소통에 심각한 장애물이 된다고 본다. 역사의 예수는 사건을 통해 세계와 대면했다. 사건은 일회적이 아니며, 일어난 사실과 감정을 공유하는 집단의 고백을 통해 반복적으로 기억된다. 예배는 “그렇게 계속 일어나는 사건의 기억을 현재화하는 장치”다. 곧 예배는 “오늘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을 원사건과 연계시켜 해석함으로써 예수의 현재화를, 사건의 연계성을 기억·해석하는 장치”라는 것이다.

  “사건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소수자, 항상 편견과 배제의 대상이 되는 자, 그런 이들의 친구로, 폭력이 있는 곳에 희생자의 얼굴로 세계의 사건 속에 예수는 부활하고 있다. 예배는, 아니 교회의 신앙제도는 그러므로 바로 지금 다시 신앙의 장소가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가 됐다.” 그가 명품신앙, 명품교회라고 비판한 강남 대형교회 중심의 오늘 한국 주류교회에는 예수가 없다는 얘기다.

<한겨레/ 한승동 선임기자>

@@@@지은이와 함께

1987년 늦가을 한신대 대학원생이었던 김진호(46)씨는 안병무 교수에게 목회학 석사논문 지도를 부탁하려고, 연구계획서를 수없이 읽고 고치면서 두 달 넘게 준비했다. <마태오 복음>을 하느님 나라의 열망이 좌절된 공동체의 고통과 연계시켜 보려는 것이었는데, 양김씨의 분열로 정권교체에 실패한 당시 한국 사정과도 맞아떨어지는 것이었다. 마침내 흠모해 마지않던 안 교수 앞에서 브리핑을 시작했는데 10분도 못 돼 비수와 같은 말이 날아들었다. “군이 하기엔 너무 벅차군. 다른 걸로 준비하게.”

그래서 예수 연구로 방향을 다시 잡고 20여년 씨름해왔지만 <당대비평> 편집주간을 지내는 등 주로 제도권 신학공간 바깥을 떠돌았다. 그사이 안 교수 지도 아래 석사학위는 받았다. 책은 2001년까지 약 7년간 담임목사로 있었던 한백교회에서 설교한 내용들을 다시 손보고 보완해서 엮었다. “1987년에 설립된 한백교회는 그 자체가 실험적인 좀 이상한 교회다. 설교 뒤 바로 다 함께 토론을 벌이고 목사와 신자의 경계도 거의 없다. 그곳에서의 경력은 출세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담임목사도 될 수 있었다.”

  그는 신앙의 제도화 경향은 불가피하기도 하고 필요한 측면도 있지만 “그것을 흔드는 게 내 캐릭터”라고 말했다. “예컨대 광주민주항쟁도 국가가 개입해 공식화하면 의미가 퇴색한다. 대통령이 기념사를 하고 교회가 축사를 하면 독점화·권력화가 진행된다.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문제는 지적해야 한다.” 요즘의 ‘쇠고기 사태’에 대해 예수라면 어떤 ‘독설’을 내뱉었을까? “국가간 외교도 중요하지만, 먹을거리에 대한 우리의 일상적 욕망들이 그런 문제를 낳았다. 거기에 대해 사람들은 별 문제제기를 하지 않지만 예수라면 그런 것까지 들춰냈을 것이다. 그분은 혁명가 같았다.”

  본디 예수 연구 3부작을 쓸 작정이었는데 하나는 20세기 후반의 역사적 예수 연구 경향을 소개하는 것으로 <예수 르네상스-역사의 예수 연구의 새로운 지평>(1996)이란 책으로 출간됐다. 그리고 연구사를 자신의 시각으로 평가하고 대안을 모색한 <예수역사학-예수로 예수를 넘기 위하여>(2000)가 나왔고, 나머지 하나는 예수시대의 민중사를 쓰는 것인데, 그에 앞서 <예수의 독설>이 먼저 나왔다.

  유럽에서 시작한 역사적 예수 연구는 ‘갈릴래아의 예수’를 찾아내는 것이 목표였는데 도달한 곳은 ‘유럽의 모던 예수’였고, 그 뒤 북미에서 진행된 연구도 결국 ‘캘리포니아의 예수’였다는 비판을 받았단다. 민중신학적인 역사의 예수는 서구의 그것과는 다르다고 그는 말한다. “서구의 역사의 예수가 해석자 동시대성(현재)을 제거한 과거의 예수를 주목한 반면, 안병무 선생의 민중신학적인 역사의 예수론은 해석자의 동시대성에서 과거의 예수를 읽는 실마리를 발견한 것이다.”

<한승동 기자(사진 삼인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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