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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하느님을 기다리는 시간-자캐오에게 말을 건네다

분도출판사, 2016

 

<목차소개>

들어가는 말/복음 속 자캐오 이야기

1. 자캐오에게 말을 건네다/2. 행복하여라, 멀리 있는 이들!/3. 모든 태양에서 멀어져/4. 맨발로/5. 둘시네아의 아름다움에 관한 논쟁/6. 한 통의 편지/7. 알지 못하는, 그러나 너무 가까운/8. 파스카의 거울/9. 돌을 모을 때/10. 고칠 때/11. 자캐오 성인/12. 영원한 자캐오

 

저자 토마시 할리크는 체코 프라하 태생으로 사회학.철학.심리학 박사로서, 공산 정권하의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심리 치료사로 일했다. 그리고 동독에서 비밀리에 사제 서품을 받고 지하 교회에서 활동했다. <하느님을 기다리는 시간>은 독일에서 유럽 최고의 신학 서적으로 선정되었다. 성경 속에 나오는 자캐오에게 예수님께서 말을 건네시며 우리에게도 말씀하시는 내용이다.

 

오늘날 그리스도인의 가장 큰 문제는 정답을 갖고 있지 못한 게 아니라, 그 답에 관해 물음을 잊은 것이라고 철학자 에릭 푀겔린은 말한다. 신앙을 갖는다는 것은 발자취를 따른다라는 뜻이며 이 세상에서 끝없는 여정의 형태를 취한다. 성경은 우리를 진리로 이끈다. 그분이 선포하러 오신 나라, 시간의 끝에 온전히 모습을 드러낼 약속된 종말론적 미래는 지금 여기에 있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 안에 있다. 이것이 복음의 기쁜 소식이다. 토마스 머튼이 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말은 이러하다. “오늘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리스도에 관하여 이야기하기보다는 우리 가운데 살아가시는 그분을 사람들이 느끼고 발견하도록 그분을 우리 안에 사시게 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추구 자체 안에 현존하신다. 또한 우리의 추구를 통해 세상 속에 현존하신다. 우리가 하늘에 기도를 바친다는 것은, 하느님의 신비는 우리가 다가갈 수 있는 울타리 안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하늘에서하느님을 찾을 필요는 없다. 그 기도들에서 하느님은 참으로 지상에 현존하시기 때문이다.

 

성경의 하느님은 역사의 무대 뒤에 숨어서 우리 운명을 결정하는 비정한 연극 감독이 아니다. 그분은 불운한 역사 안으로 몸소 들어오셔서 우리 고통의 잔을 남김없이 비우셨다. 사도들은 우리에게 과거와 단절할 수 없는 신앙, 낡은 관습을 떨쳐버리고 특권 주의를 거부하며 다른 이에게 다가갈 수 있는 신앙의 그리스도교를 제시한다.

 

그리스도교가 제시하는 하느님은 우리에게 아무런 역경 없는 삶을 선사하거나 역경에 부닥쳤을 때 우리 마음에 일어나는 모든 고통스러운 물음에 즉각 만족스러운 답을 주는 하느님이 아니다. 어두운 밤이 뒤따르지 않고 낮만 계속되리라고 약속하지도 않는다. 그런 깜깜한 밤에 우리와 함께 계시겠다는 것이 그분께서 우리에게 건네는 약속의 전부다. 우리는 이 약속에 의지하여 우리의 어둠과 무건운 짐을 견딜 뿐 아니라, 타인들 특히 약속을 듣지 못했거나 받아들이지 않은 이들도 견딜 수 있도록 힘을 얻어야 한다.

 

하느님 나라는 예수님의 인격, 무엇보다도 모든 경계를 뛰어넘는 그분의 사랑을 통해 이미 우리 가운데 있다. 그분을 좇아 멀리있는 이들을 비롯한 타인들을 우리 가까이 모아들이는 모든 곳에서, 지상의 하느님 나라는 넓혀진다. 그러면 사랑이 없을 때, 잔인함과 죄와 고통뿐일 때 하느님은 어디 계시는가? 하느님은 그런 상황에서도 자신을 악에 넘겨주지 않는 이들의, 참고 기다리는 믿음과 희망 안에 계신다.

 

오늘날 많은 이가 그들 신앙이 약해진 탓을 교회, 곧 교계와 제도에 떠넘기려 애를 쓴다. 신앙이란 우리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키는 힘으로써 그 사건을 우리 삶 안에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그분을 알지 못하는 것은 그분이 너무 멀리 계시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 가까이 계시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것, 우리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것,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 관해 가장 잘 모른다. 자기 얼굴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거울에 비친 상을 볼 뿐이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를 알아채지 못하듯 그분은 우리 삶 깊숙한 곳, 우리 존재 안에 계신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기도란 눈을 감고 하느님께서 지금 세상을 창조하고 계심을 깨닫는 일이라고 말했고, 저자는 믿는다는 것은 마음을 열고 지금 바로 이 순간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지고 춥고 어두운 무덤 위로 부활절 아침의 빛이 찬란하게 비치고 있음을 깨닫는 일이라고 말한다.

 

인간 삶의 시간은 사물들의 시간이 아니다. 강물처럼 앞으로 쭉 흐르는 시간, 시계와 달력의 시간인 크로노스이기도 하지만, 기회의 시간, 무르익는 시간, 그 무엇을 위한 때인 카이로스이기도 하다. 모든 인간은 타인을 책임지도록 부름을 받았다. 선택받음의 가장 깊은 본질은 그 부르심이다.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을 위해 싫든 좋든 책무를 받으며 하느님에 대한 믿음은 타인을 향한 지칠 줄 모르는 의무들로 표현된다.

 

구원은 보답이 아니라 선물이다. 예수님은 아무 선행 조건 없이선물을 주러 오셨다. 또한 하느님의 용서는 우리의 공로를 전제하지 않고 거저 주어지는 은총의 선물이며 우리는 그분께 마음을 열기만 하면 된다. 하느님께서 나를 참고 기다리시는데 왜 나는 이웃의 악함을 참지 못하는가? 왜 내가 모든 것을 다 아는 판관 역할을 하려고 애쓰는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고 계신 것이 아닐까? 우리 믿음은 너무 크다라고. 그러니 그 믿음이 겨자씨 한 알만큼 작아질 때에야 비로소 대단한 것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 너무나 많은 개념과 생각을 짊어진 믿음, 너무나 인간적인 믿음이라는 의미에서 우리 믿음은 너무 크다. 하느님에 관한 것은 이 세상의 눈에는 언제나 작고 약하고 어리석어 보이기 때문이다.

 

예루살렘 성전 한복판에 어둡고 텅 빈 지성소가 있는 것처럼, 신앙의 성전도 그 가장 거룩한 자리에 어둡고 텅 빈 공간을 숨기고 있을 수 있다. 그리고 하느님과 그분의 영광이 가장 충만하게 머무는 곳이 바로 거기, 어둡고 텅 빈 그 공간 안이다. ‘하느님을 기다리는 일신앙의 대기실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신앙의 한복판에서도 일어난다.

 

자캐오는 엎어져 울며 말한다. “주님, 정말이지 인정하고 싶지 않은 교만도 제 여정에서 저를 괴롭혔습니다. 저는 언제나 저 자신에게 대단한 것을 요구했지만 한 번도 그렇게 살지 못했습니다. 그것을 인정할 수 없었기에, 다른 이들에게도 관장된 요구를 하고는 했습니다. 남들의 불완전함과 더러움을 꾸짖었기에, 저는 그들 안에서 당신 목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인정할 수 없었지만, 그렇게 저는 그들을 단죄하고 그들 위에 군림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아니 나는, 저 자캐오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고 저 바리사이들과도 다르니 감사하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조건 없는 믿음과 신뢰에 기대며 용서를 청한다.

 

다른 이를 참아주는 것은 사랑이요, 자신을 참고 견디는 것은 희망이며, 하느님을 참고 기다리는 것은 믿음이다. 믿음과 희망과 사랑은 하느님을 참고 기다리는 우리 인내의 세 얼굴이다.

 

-Seton Family, 2020. Fall, 77, 책갈피에서 찾은 지혜, 한연희 세실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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