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와 벼 낟알 위해 기도를" ...나는 시골 牧者입니다.
"엥? 주노 신부가 장개(장가)갔다고? 아이고, 내가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어."
천주교 전주교구 김준호(70) 신부는 하마터면 '장가간 신부'가 될 뻔했다.
사연은 이렇다.
교구청에 근무하던 김 신부가 전북 장수의 장계성당으로 발령이 났다.
그런데 어떤 할머니 신자가 '장계'를 '장개(장가)'로 잘못 듣고 오해한 것이다.
대도시가 아닌 시골에서 신자들과 소박한 신앙생활을 해온 '양 떼 냄새 나는 목자(牧者)'의 에세이가 출간됐다.
김준호 신부의 '주노 신부 장개갔다네'(바오로딸 출판사).
김준호 신부는 어느 날 밤 갑자기 '종부(병자)성사' 부탁 전화를 받는다.
부랴부랴 찾아갔더니 할머니는 멀쩡하다.
전화 건 이유를 물으니 "보고싶어서"란다.
외로웠던 것.
모심기 에피소드도 재미있다.
신자들이 모심기에 바빠 미사에 오지 않자 논으로 신자들을 찾아나선 김 신부.
이틀 동안 모심기를 했더니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다.
전략을 바꿔서 직접 모를 심는 대신 "이 논의 벼 낟알이 더욱 알차고 크게 많이 맺게 해달라"고 축복했다.
그랬더니 신자들이 더 좋아했다.
김 신부는 이 일을 겪으며 '그래, 나는 교우(敎友)들의 영혼 건강을 위하여 일하는 사제다'라고 느낀다.
공소(公所) 회장님이 먼 길을 달려와 미사를 부탁하며 예물(헌금) 봉투에 '소'라고 적었다.
"아니, 회장님은 박씨 아니세요?"라 묻자 회장님은
"우리 소가 등창이 나서 그러니 우리 소를 위해 미사 드려주세요"라고 한다.
김 신부는 "빨간약 사서 소 등에 발라주라"며 봉투를 돌려보낸다.
김 신부는
"나는 신학자도, 믿음 깊은 영성가도 아니다.
부족하고 못난 신부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부족한 신부이기에 더욱 노력하면서 살았다"고 말한다.
출판기사 갈무리,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27/202008270473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