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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정보 다큐멘터리, 드라마 | 한국 | 89 분 | 2009-03-19
감독 문정현
등급 12세이상관람가(한국)
제작/배급 (주)인디스토리(배급)

사실의 한 조각을 지닌 (감독의)어머니는 아파트 입구에서 엘리베이터를 탄다. 금속으로 된 엘리베이터 출입문이 꼭 닫힌 채 “외할머니의 영전에 이 영화를 바칩니다”라는 자막이 떠오르면서 영화는 끝난다. 엘리베이터는 19층을 향해 수직으로 올라갈 것이다. 사실은 진실과 화해로 불타오를 것인가? 영화는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어쩌면 외할머니의 영전에 감독이 영화적으로 바치는 진혼의 향 한 자루가 아닐까?

영화는 해방 이후 아니 훨씬 오래전부터 시작된 계급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전라도 어느 세 마을을 배경으로 하여 외할머니를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공산주의 사상을 받아들인 양반 마을인 상대와 중대, 100년전 들어온 교회의 영향으로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 사상에 동조한 상민들의 마을, 하대(풍동)가 그 세 마을이다. 엇갈려 뿌리내린 이데올로기 때문에 대립과 갈등은 한층 미묘해진다.

외할머니의 가족들은 자신을 포함하여 거의 대부분 좌익활동가들이다. 인공 치하에서 지역 농민회장인 남편은 모진 고문의 후유증으로 여생은 황폐해졌다. 인민위원장인 오빠는 자수하러 가는 중에 경찰의 총에 살해당한다. 조총련 동경지부장인 남동생은 정치공작 속에 이국땅에서 홀로 외롭게 죽는다. 공산주의자로 몰린 시동생 역시 고문 후유증으로 처절한 삶을 살다 자살로 마감한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을 호명한 이데올로기를 위해, 그 실현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희생하였다. 자신들의 이데올로기 세계에 자신들을 주체로 기입하기 위해 즉 정치적 생명을 얻기 위해 그 나머지 것들을 가차 없이 버렸던 것이다.

외할머니는 가족의 고난중에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활동을 접고 ‘행위’를 결단한다. 먼저 오빠를 자수시키지만 오빠는 하대마을의 아는 경찰관의 총에 허망하게 살해당하고 남겨진 가족들은 아버지 없는 어려움을 톡톡히 치러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속의 빨치산이던 남편마저 어떤 결기로 자수하게 한다. 그 결과는 비참했다. 남편의 몸은 고문으로 망가졌고, 가산은 탕진되고, 정치적 생명을 잃은 남편은 이후 술로 세월을 보내고, 모든 책임을 외할머니에게 전가하며 말할 수 없는 폭행으로 외할머니에게 화풀이를 하다 쓸쓸히 죽어간다. 형님을 면회간 시동생은 체포되고 경찰의 공포탄 발사에 정신이상이 되어 극단적인 자해와 자살로 이어진다. 남동생 역시 자신의 희생의 결과 한 줌 유골로 돌아온다.

외할머니는 살아 생전의 이들과 연관된 모든 고난을 한편으로는 처절히도 힘겹게 한편으로는 당당하게 이겨나간다. 법을 어기고 오빠의 장례를 치르는 안티고네의 숭고한 행위처럼 외할머니는 이 모든 죽음을 장례한다. 외할머니의 이 행위는 “내 남편은 내 남편이다”, “내 가족은 내 가족이다”라는 법 이전의 법의 행위이고 이데올로기 이전의 이데올로기이다. 외할머니의 이 희생은 다른 가족들의 이데올로기를 위한 희생을 희생하는 절대적 영점으로 돌아가는 행위이다. 이들의 상징적 질서체제를 지워버리는 절대적 전복의 행위이고 도래할 새 세상의 기초가 되는 행위이다.

이제 외할머니의 공식적 신념은 “남에게 베풀어라”, “초대된 손님들에게 배불리 먹여라”이다. 외할머니의 공식 장례식의 관건은 자신이 조문을 받는 것이 아니라 문상 온 손님들에게 많은 음식이 제공되었는가이다. 공식적인 장례식이 끝난 후 감독은 임종하는 외할머니를 다시 불러내어 “할머니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라는 진혼사를 바침으로써 그녀의 희생의 희생에 대한 사적인 장례를 한 번 더 치른다. 아니면 마지막 장면이 진정한 할머니에 대한 진혼곡일지도 모르겠다.

출처 :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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