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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엽귀근(落葉歸根) :낙엽이 떨어지면 뿌리로 돌아간다는 의미

장양(張楊)감독의 영화 <낙엽귀근>은 시신을 업고 천리 길을 가는 중국식 로드무비이면서, 무거운 사회문제를 희극적 터치로 건드리는, 웃기면서도 왠지 서글픈 블랙코미디영화의 대작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중국의 국민배우 짜오번산(趙本山)의 농익은 연기력이 어우러져 삶과 죽음, 현대화와 인간성 상실, 노상강도, 절도, 바가지영업, 위조지폐, 매혈, 퇴폐영업 등 중국의 자질구레한 사회적 문제들까지 하나의 길 위에 디테일하게 펼쳐 놓고 있다.

영화 <낙엽귀근>은 중국 냄새 듬뿍 묻어나는, 그야말로 진정한 중국영화의 진수를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친구의 '시신을 업고 천리 길을 가는' 주인공 짜오번산의 발걸음은 곧 현대화하는 중국의 다양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비추는 '걸어 다니는 거울'이다.

제44회 대만 금마장(金馬奬) 시상식에서 아깝게 <색계(色戒)>에 밀려 최우수작품상을 놓쳐지만, 2007년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이미 세계적으로 그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짜오번산은 죽은 친구를 고향에 묻어주기 위해 시신과 함께 길을 나선다. 쿤밍(昆明)행 버스에서 강도를 만나 돈을 모두 빼앗길 위기에 처하기도 하지만 친구와의 신의를 위해 시신을 업고 천리 길을 가는 '정의로움'은 위로는 하늘을, 아래로는 땅을, 중간에 있는 공기까지도 훔친다는 강도들마저 감동시킨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시체임이 드러나고 버스에서 내려야만 한다.
친구의 시신을 등에 업고 무전여행 하듯 히치하이킹을 시도 하지만 아무도 그들을 태워주지 않는다. 역시 가장 선량한 것은 농민인지 경운기를 얻어 타고 장거리 트럭운전수들이 묵는 숙소를 잡는다.

충칭으로 가는 버스운전사를 알게 되지만 가지고 있던 돈도 모두 도둑을 맞는다. 운전수는  실연의 아픔을 털어놓고 짜오번산은 사랑을 찾기 위해 다시 30만km를 더 달리라며 그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제시해준다.

트럭운전수의 도움으로 충칭 근교에 도착한 짜오번산은 허기를 달래기 위해 친구 시신을 논바닥에 허수아비처럼 세워 놓고 한 장례식장을 찾는다. 그 장례식은 홀로 사는 노인이 죽으면 쓸쓸하게 저승갈 것 같아 미리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가짜 장례식이었고, 그 노인에게서 시신이 오래 되어도 냄새가 나지 않는 비약과 수레까지 얻어 다시 길을 나선다.

길을 가던 중 최첨단 여행장비를 갖춘 한 젊은이를 만나는데 그는 자신의 의지력을 키우기 위해 티베트까지 자전거여행을 하는 중이다. 짜오번산이 걷는 길은 도시로부터 멀어지는, 현대화를 거슬러 오염되지 않은 영혼의 쉼터를 찾아 가는 길인데 그 노정에서 한 현대 젊은이를 만나 그의 도움을 받는 설정은 '조화'를 강조하기 위한 다소 인위적인 설정이라는 느낌도 든다.

수레를 끌고 가다가 내리막길에서 멈추지 못해 수레는 그만 부서지고 만다. 다행히 타이어를 하나 얻어 그 사이에 시체를 묶어 신나게 밀고 가는 장면은 비극적인 설정 속에서도 보는 이의 웃음을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하다.

타이어는 또 내리막으로 치달아 내동이쳐지고 결국 짜오번산은 차를 구해 친구를 데려갈 궁리로 마을로 가 점심을 먹는다. 그런데 밥값으로 무려 600위엔이나 요구하는 바가지 상술에 하는 수 없이 친구의 돈을 빼서 주는데 알고 보니 공사장에서 친구의 목숨값으로 받은 5천위엔이 모두 위조지폐였던 것이다.

더 이상 친구를 데려갈 힘도, 돈도 없어진 짜오번산은 친구를 숲 속에 묻고 자신도 죽으려고 자살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인근에서 양봉업을 하던 부부에게 발견되어 목숨을 구한 것. 양봉을 하는 부부는 아내가 보일러 사고로 얼굴에 화상을 입게 되자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인적이 드문 산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가족에 대한 '책임과 의무'라는 영화의 또 하나의 주제의식을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

짜오번산은 고향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타락하지 않은, 착한 미장원 아가씨의 도움으로 시신 분장을 하고 또 그녀를 사랑하는 경찰과 그녀의 관계를 더욱 가깝게 연결시켜준다. 배가 고파진 짜오번산은 헌혈소에 들러 먹을 것을 얻어먹다가 매혈브로커의 소개로 매혈소를 찾게 되고 결국 경찰단속반에 붙잡혀 도시보호소에서 생활하게 된다.
그곳에서 쓰레기를 줍고 매혈을 하여 자식을 대학에 보내고 있는 한 여인을 만나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확인하고 미래를 약속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한결 발걸음이 가벼워진 짜오번산은 공사장 사람들의 도움으로 친구의 집 인근에서 다시 시신을 업고 가는데 여전히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 않는다. 자신의 일이 아니면 철저히 방관하는 중국인의 웨이칸런(圍看人) 문화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대목이다.

결국 짜오번산은 지쳐 쓰러지고 경찰에 의해 시신은 화장된다. 그 유골을 안고 친구의 집을 찾아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친구의 집은 창장싼샤(長江三陜)댐 준공으로 수몰 직전이라 이미 가족이 다른 곳으로 떠나고 없다. 영화는 유유히 흐르는 창장을 곁에 두고 친구의 새로운 주소지를 찾아나서는 것으로 끝이 난다.

중국 유명배우들의 초특급 조연과 시나리오 작가의 시체 열연까지 더해져 영화는 그야말로 먼 길을 빈틈없는 박자로 굴러가며 중국사회의 구석구석을 들이비춘다. 나와 상관없는 이웃의 아픔에 대한 중국인의 무관심과 비정함이 묻어나는 그 길 위에는 강탈, 사기, 협잡, 퇴폐, 가짜가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다. 그러나 그 길 위에는 또 따뜻한 배려와 인간적인 온정도 피어오른다.

영화 <낙엽귀근>은 중국사회의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을 어우르며 선과 악, 어느 곳에도 치우치지 않는 샛길을 교묘하게 빠져 나온다. 그리고 주인공이 그토록 힘겹게 찾아온 친구의 고향은 이미 수몰되었음을 알려주며 막을 내린다.

현대화된 도시의 부속품처럼 소모되다 지친 영혼은 부평초처럼 떠돌다 고향을 찾는다. 그러나 그곳은 비록 아름다운 유채꽃과 메밀꽃이 피고 기암괴석이 어르러진 멋진 산수의 자태를 뽐내지만 이미 붕괴될 대로 붕괴된 또 하나의 공간일 뿐이다.

우리가 꿈꾸는 영혼의 안식처는 이미 물에 잠기고 없다. 아니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직 그 무거운 삶의 짐을 짊어지고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딛으며, 다만 그 고된 여정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출처 ; 다음 블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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