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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히 솟아오르는 향수(?)를 자극하는 책이 나왔다. 이름하여 까밀로 신부와 뻬뽀네 읍장~
초등학교-나로 치자면 국민학교 시절-, 중학교 시절 학교수업시간을 마다하고, 책상 밑에 숨겨놓고 보던 기억들이 불쑥불쑥 올라온다. 옛적에 나온 책들이 이제 서점가에서 절판이 되어 더이상 찾아볼 수 없을 즈음, 서교출판사(2006)에서 시리즈 전권을 내놓았다. 원전은 같을지라도 번역본을 새로 읽어보니 우리말로 바뀐 단어들이 40여년의 시대와 문화의 흐름을 잘 이행하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한참을 웃고 울면서 읽다가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면 새롭게 기운이 솟아나는 경쾌한 에피소드들이 가득한 돈 까밀로 시리즈에는 제 3의 등장인물이자 어쩌면 과레스끼 작품의 제일 중요한 등장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는 예수님도 다시 만날 수 있다.

언젠가 과레스끼는 등장인물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만일 성직자들이 돈 까밀로 때문에 마음 상한다면 촛대로 내 머리를 쥐어박아도 좋다. 또한 공산주의자들이 뻬뽀네라는 등장인물 때문에 자신들이 모욕당했다고 느낀다면 내 등짝을 몽둥이로 후려갈겨도 좋다. 하지만 누군가가 책 속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모습에 불쾌하다고 말한다면 난 어쩔 도리가 없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예수님은, 예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 아니고 내 양심의 소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 속에서 예수님은 이성의 목소리이다. 증오를 모르며, 증오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의 목소리이다.'

과연 그렇기만 할까? 단순히 작가의 내면의 자아만을 표현한 것에 불과할까... 인간은 모두 자신의 마음속에 선을 품고 있다. 다만 삭막한 현실을 살아가면서 점점 선의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과레스끼는 예수님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야할 올바른 길을 밝혀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신부님 시리즈 중에서 나의 관심과 애정을 듬뿍 받은 것은 '돈 까밀로와 지옥의 천사들(제8권)'이다. 내가 태어나던 해(!)에 초판 발행된 이책은 작가의 유작임과 동시에, 내용적으로는 신부님 시리즈의 후반부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시대의 반항아를 자처하며 벨레노(독약)라는 별명을 가진, 읍장 뻬뽀네의 아들 미켈레('지옥의 천사들'파의 두목)와 돈 까밀로의 천방지축 조카딸 캣의 이야기, 그리고 돈 까밀로의 새 보좌 끼끼 신부 에피소드는 우리의 양심을 건드리기에 충분하다.

흥청망청거리는 소비의 시대, 신앙을 잃어버린 사람들, 진보라는 이름 아래 모든 것을 뜯어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젊은이들.. 이 모두는 시대의 변화를 알리는 징표일지도 모른다. 과레스끼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이 있으며, 그 변하지 않는 무엇-아마도 인간에 대한 사랑-만이 우리가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굳게 믿었던 것이 아닐까.


■ 시리즈 소개

1권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1 (Don Camillo mondo piccolo 이승수 역 1948)
덩치 큰 돈 까밀로 신부와 사사건건 그에 맞서는 공산당 소속 깡패 읍장 뻬뽀네. 거칠지만 누구보다 솔직한, 그래서 더 찡한 감동을 안겨주는 그들과 함께 어울리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게 된다. 돈 까밀로와 뻬뽀네, 그리고 예수님이 들려주는 유쾌하고 흥겨운 이야기들은 독자들의 눈길을 도저히 뗄 수 없게 만들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죠반니노 과레스끼를 이탈리아 국민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신부님’ 연작의 첫 번째 작품이다.

2권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2 (Don Camillo mondo piccolo 이승수 역 1948)
이 책에 얽힌 한 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제 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가톨릭교회의 쇄신을 불러일으켰던 교황 요한 23세가 파리에서 교황대사로 재직하던 시절의 일이다. 1952년, 프랑스 제 4공화국의 대통령이던 뱅상 오리올은 안젤로 론깔리 몬시뇰(요한 23세)로부터 새해선물로 책을 한 권 받았다. 그 책은 바로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이었다. 요한 23세의 헌사는 다음과 같았다. ‘프랑스 공화국의 대통령 뱅상 오리올님께. 격무에 시달리는 귀하에게 기분전환과 마음의 평안이 되기를 바라며 이 책을 드립니다. 교황 대사 A. G. 론깔리’

3권 돈 까밀로와 뻬뽀네 (Don Camillo e il suo gregge 김효정 역 1953)
언제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 불가능한 사람들이 가득한 바싸 마을에는 성질 급한 돈 까밀로 신부와 주먹질에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뻬뽀네 읍장, 그리고 언제나 중심을 잡아주는 예수님이 함께 산다. 정치적인 견해의 차이 때문에 툭탁거리는 두 사람과 그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여러 가지 사건들은 언제나처럼 독자를 울리고 웃긴다. 때로는 훌륭한 적만큼 좋은 친구도 없다고 했던가? 서로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우정 아닌 우정을 쌓아가는 돈 까밀로와 뻬뽀네의 이야기는 계속 된다.

4권 돈 까밀로의 사계 (L'anno di Don Camillo 주효숙 역 1986)
‘신부님’ 연작이 출간된 지 반세기가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간 정치적, 사회적인 배경은 사뭇 바뀌었지만, 과레스끼가 창조한 인물들은 아직도 심오한 인간적인 무게를 지니고 있다. 그간 책에 수록되지 않았던 40여 편의 에피소드를 모아 1986년 발간된 『돈 까밀로의 사계』에는 돈 까밀로와 뻬뽀네, 브루스꼬, 스밀조, 그 외 많은 바싸 마을 주민들이 등장해, 오래도록 퇴색하지 않는 진정한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 그리고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5권 돈 까밀로와 뽀 강 사람들(Gente Cosi 주효숙 역 1980)
뻬뽀네가 큰 병에 걸렸다. 길어야 두 달 밖에는 살지 못한다는 소식에 어째서 돈 까밀로의 마음은 답답해지는 걸까? 뻬뽀네는 마지막으로 예수님에게 인사를 드리겠다며 성당에 찾아오는데….
진정으로 미워한 적은 단 한순간도 없었던 돈 까밀로와 뻬뽀네, 언제나 사랑이 담긴 시선으로 그들을 지켜보는 예수님, 그리고 뽀 강 사람들이 전해주는 통쾌하면서도 가슴 따뜻한 사연이 가득 담긴 『돈 까밀로와 뽀 강 사람들』은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품이라 그 의미가 더 크다. 2006년 이탈리아 외무성에서 수여한 번역상 수상 작품이다.

6권 돈 까밀로의 양떼들(L'anno di Don Camillo 주효숙 역 1986)
『돈 까밀로의 사계』의 두 번째 권. 분량 문제로 인해 분책되었다.

7권 돈 까밀로의 작은 세상(Lo supumarino pallido 주효숙 역 1981)
엉뚱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바싸 사람들의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전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돈 까밀로와 뻬뽀네가 여전히 등장하지만, 이야기의 초점은 뽀 강 유역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맞추어져 있다. 그들의 인간적인 약점까지도 따뜻하게 포용할 줄 아는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인간애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8권 돈 까밀로와 지옥의 천사들(Don Camillo e Don Chichi 윤소영 역 1996)
『돈 까밀로와 오늘의 젊은이들』(Don Camillo e i giovani d'oggi)이라는 제목으로 과레스끼가 죽고 난 다음 해인 1969년 발행되었던 책의 완전판이다. 과레스끼가 병으로 인한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원고를 편집했다는 이 책에 얽힌 사연은, 이 작품이 그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두 주인공과 독자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작별인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9권 힘내세요, 돈 까밀로(Ciao, Don Camillo 주효숙 역 1996)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자녀인, 알베르토와 카를로타 과레스끼가 과레스끼의 생전에 미처 책에 실리지 못했던 이야기를 묶어서 낸 작품이다.‘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에피소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세계대전의 패전국으로, 이념간의 갈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이탈리아의 슬픈 역사에 대해 그가 느낀 연민을 시적인 표현으로 승화시켰다. 1951~1961년 사이에 「깐디도」에 연재되었던 작품들이며, 이탈리아 외무성의 번역지원을 받아 출간하였다.

10권 돈 까밀로 러시아 가다(Il compagno Don Camillo 이승수 역 1963)
1961년 「깐디도」가 폐간될 때까지 연재된 ‘신부님’연대기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돈 까밀로 신부가 공산주의의 본거지인 러시아로 찾아간다는 놀라운 설정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인간적인 드라마는 과레스끼식 유머와 따스함을 통해 유쾌한 풍자소설로 다시 태어났다. 이 책은 거의 모든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수백만의 독자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그 중에는 교황 요한 23세와 후르시초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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